수림(水林) 신화 : 물들의 춤 사이에서
세계는 창조자들의 즉흥적인 춤사위들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가운데 무수한 몸짓의 반복과 변주 속에서 만들어졌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대지가 창조되기 오래전부터 이어졌던 춤의 행렬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의 춤사위는 대지를 이루는 어디에나 잔잔하게 일렁이고 있다. 창조자들은 어째서 춤을 추는 것일까? 그것은 아무도 모른다. 우리가 아는 것은 창조자가 유일한 1인이 아닌 다수이며, 그들은 자신들의 계속해서 움직이며 세계를 유유자적 횡단하고 있다는 사실 뿐이다. 세계를 창조한 그들을 통틀어 ‘수림(水林)들’이라고 부른다. 창조자들의 춤사위가 마치 물들이 어우러져 우거진 숲의 형태를 띄는 것과 같다는 이유에서다.
수림들은 하나이면서 동시에 무수한 다중적 존재이다. 그들은 세계가 시작되기 이전부터 존재했으며 필요에 따라, 더 정확히는 그들의 욕망에 따라 세상에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기도 하고 감추기도 하였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지구는 수림들이 자신을 형상화한 일부이기도 하다. 태초 수림들은 오늘날 마리아나 해구라 불리는 깊은 골짜기가 자리한 곳에서부터 자가증식을 시작했다. 수림들의 몸이 증식되면서 그들의 몸은 점점 더 정교하고 복잡하게, 다층적으로 서로 얽히고설켜 갔다. 자가증식의 순간마다 일종의 행위가 이루어졌는데, 그 몸짓에는 어떠한 이유나 의도가 없었다. 글을 다 쓰고서야 제목이 떠오르듯 수림들 또한 그들이 행한 무수한 몸짓들의 향연을 마친 후에서야 그 몸짓들의 총체를 가늠할 수 있었다. 수림들이 이룬 춤의 향연이 끝나고서야 행위의 과거, 현재, 미래라는 시간과 춤을 추고서 남은 흔적들인 물질과 물질들이 자리한 공간으로 이루어진 복잡한 실타래와도 같은 연결망이 만들어졌다.
그들이 이룬 연결망에는 어떠한 긍정과 부정, 위계도 존재하지 않았다. 수림들의 몸짓에는 어떤 목적이나 이유가 없었다. 그저 그들이 원할 때 몸을 일으킬 뿐이며 그 몸짓은 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무수한 차이가 존재했다. 동시에 그들이 만들어내는 미세하고도 무수한 차이의 몸짓을 이루는 각자의 행위에는 선명한 욕구가 어울렸다. 그들은 자신의 욕망을 있는 그대로 드러낼 줄 아는 솔직한 존재들이었고, 나아가 서로의 욕망이 서로에게 가닿음으로써 합목적성을 이루었다. 행위의 시작부터 끝까지 그들은 스스로의 몸짓을 있는 그대로 아꼈으며, 그들의 행위 속에서 탄생하는 무수한 물(物)들의 뒤섞이는 향연을 환대했다. 그들의 몸짓은 곧 공동 창조이자 공동 돌봄의 행위였다.
특히 수림들은 ‘물(水)’을 아꼈으며, 그들이 만들어낸 대부분의 형태에 물(物)을 담았다. 바다와 대기처럼 깊고 넓은 비정형의 유동적 공간 속에서 정형의 존재들은 자유롭고도 여유롭게 유영할 수 있었다. 한편, 정형의 존재들은 일정한 때가 되면 비정형의 자리로 돌아가 비가시적이었던 존재들이 가시화되도록 자리를 내어주도록 했다. 수림들이 이루는 춤의 반복과 변주는 물(水)과 물(物) 사이, 비정형과 정형, 무감각과 감각의 사이를 오가며 뒤섞였다.
결국 수림들의 오랜 몸짓에 의해 축적된 무수한 차이의 흔적들 중 하나로서 내가 존재하고 당신이 존재하며, 나아가 시간과 공간 그리고 무수한 물질들이 존재하게 되었다. 이런 물음이 떠오를 수도 있겠다. 신의 몸짓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면 이곳에 난무하는 폭력과 혐오, 기후위기와 신냉전 시대라고도 불리는 오늘날의 양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일종의 허탈감이나 무력감에도 불구하고, 수림의 이야기를 조금 더 면밀히 살펴보면 우리는 수림들의 즉흥적이고도 우연한 춤사위의 덧없음을 수긍하게 된다. 우리는 수림의 행위 속에 언제나 혼재되어 있는 수림의 일부이자 수림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수림들은 그들의 몸짓, 곧 나의 몸짓에 어떠한 쓸모도 부여하지 않았다. 그저 움직일 뿐이며 움직이게 할 뿐이다. 어떻게 행위할 것인가는 나의 몫으로 남겨두었다. 어떤 행위를 창발해냄으로써 세상의 다른 ‘물’과 연결지어 나갈 것인지는 수림의 일부이자 그 자체인 나의 사유와 실천 속에서 나타난다. 행위들 간의 얽히고 설킴은 우리를 더욱더 이 땅에 붙박이게 하며 우리는 결국 그 행위 속에서 살아가기에 우리의 행위는 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The Water Forests : In-between the Watery Bodies’ Choreographies
The world was created in the repetition and variation of countless gestures, with the creators’ improvisational choreographies continuing constantly. The procession of movement, which continued long before the creation of this earth where we live, still continues and will not end. Their dance moves gently sway everywhere that forms the earth. Why do creators dance? No one knows that. All we know is that the creators are the majority, not the only one, and they are moving around the world freely in their continuous movement. Those who created the world are called "the Water Forests." It is because the creators' dance moves are like the waters mingle with each other to form a dense forest.
The Water Forests are one and countless multiple beings at the same time. They existed before the beginning of the world, and they revealed and hid themselves in the world as needed, and more precisely according to their desires. The earth we live in is also part of the Water Forests' embodiment. The early Water Forests began self-growing in the place where a deep valley, today called the Mariana Trench, was located. As the bodies of the Water Forests proliferated, their bodies became increasingly sophisticated and complex, intertwined with each other in multiple layers. At every moment of self-proliferation, a kind of act took place, and the gesture had no reason or intention. As the title comes to mind only after writing, the Water Forests were also able to gauge the totality of the gestures after the feast of the countless gestures they performed. It was not until the feast of dancing performed by the Water Forests was over that a complex thread-like network was created consisting of the past, present, and future of the act and the space where the materials and materials, which are traces of the dance, were located.
There were no positives, negatives, or hierarchies in the networked. There was no purpose or reason for the gestures of the Water Forests. They just raise their bodies when they want. The gestures look similar, but if you look closely, there were countless differences. At the same time, clear desires matched each of the actions that made the subtle and countless different gestures they created. They were honest beings who knew how to reveal their desires as they were. Furthermore, they achieved a purpose by reaching each other's desires. From the beginning to the end of the act, they cherished their gestures as they were, and welcomed the mixed feast of countless materials born from their actions. Their gestures were an act of co-creation and co-care.
In particular, the Water Forests cared for "물, water" and contained “물, matter” in most of the forms they created. Formal beings were able to swim freely and leisurely in a deep and wide informal fluid space like the sea and atmosphere. On the other hand, the formal beings returned to the informal position at a certain time and gave way to the invisible beings to be visible. The repetition and variation of the dance made by the Water Forests were mixed between water and matter, between informal and formal, between numbness and sensation. As one of the countless traces of difference accumulated by the long gestures of the Water Forests, I exist, you exist, and even time, space, and countless materials exist.